필자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병원 수면클리닉에 연수를 갔을 때 스탠포드가 세계최고의 수면클리닉이라는 명성은 낮졸림증에 대한 연구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70명이상의 수면전문 의사, 연구원, 수면기사 등이 수면클리닉과 기면병 연구소에서 열심히 낮 졸림증 수면환자를 치료하고 낮졸림증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국내에서 불면증만 보면서 수면클리닉을 시작했던 나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현대사회에서 낮졸림증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은 약 10%정도 된다. 그중에는 밤에 충분한 잠을 못자는 수면부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수면장애로는 기면병과 수면무호흡증이 그 원인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물론 역학연구를 통해서 기면병의 숫자는 국내에 약 2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수면무호흡증은 약 150만명 정도가 된다고 하니 주변에서 낮에 조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낮졸림증의 원인을 크게 둘로 나눈다면 첫 번째는 밤에 잠을 자는 동안 자주 깨고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아서 낮시간에 자주 조는 것으로 수면무호흡증이 여기에 해당되고, 두 번째는 낮에 각성을 유지하며 깨어 있게 하는 하이포크레틴 호르몬이 부족하여 낮졸림증이 유발되는 것으로 기면병이 이에 해당된다.

먼저 밤에 자면서 자주 깨게 되는 수면장애는 대표적으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다.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나고 코를 골다가 코골이 소리가 갑자기 없어질 때 무호흡이 시작되며 이때에 우리의 뇌는 무호흡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여 뇌가 각성이 되면서 호흡을 재개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코골이와 무호흡 그리고 뇌의 각성은 밤새도록 반복된다. 결국은 숙면을 할 수 없게 만들어서 낮졸림증이 유발된다. 이 때 무호흡, 저호흡을 치료해 주면 낮 졸림증이 완화된다. 수면무호흡증의 치료는 체중감소부터 상기도를 넓혀주는 수술적 치료까지 다양하지만 공기부목처럼 작용해서 상기도를 넓혀주어 호흡을 원활하게 해주는 양압기 사용이 표준 치료로 자리잡고 있다.

또 다른 낮졸림증의 원인인 기면병은 수면무호흡증 보다는 환자의 숫자가 훨씬 적지만 낮졸림증이 가장 심한 수면장애이다. 밤에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낮에 졸음이 쏟아져서 학교수업 중에 조는 것은 물론, 차를 타고 가다가, 회의를 하다가, 대화를 하다가, 강의를 하다가, 심지어는 음식을 먹다가 잠이 들기도 한다. 원인은 뇌 안에서 분비되는 각성조절 호르몬인 하이포크레틴(오렉신)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면병에서는 졸린증상 외에도 웃을 때나 화가 날 때, 농담을 주고 받을 때에 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탈력발작이라고 한다. 필자가 보았던 24세 여자 환자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낮졸림 증상이 나타났는데 10여년이 지난 뒤에나 기면병을 소개하는 방송을 보고 진단을 받게 되었다. 이 환자는 낮졸림증 외에도 웃다가 양쪽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아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탈력발작 증상이 하루에도 여러 번 나타나 일상생활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환자도 기면병으로 진단되기 전에는 잠이 많고 게으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하며 직장에서도 여러 번 해고를 당한적도 있었다고 한다. 기면병의 원인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연구보고 되고 있다. 2009년도 신종플루가 유행시에 신종플루에 걸렸거나 백신을 맞은 소아 청소년들에게서 기면병이 많이 발생을 하였는데 그 기면병 유전자가 있는 소아 청소년들에게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자가 면역반응을 촉진시켜 기면병으로 발병되었다는 것이다.

기면병에 대한 치료는 주로 약물치료를 하는데 낮졸림증을 경감시키기 위해서 중추신경계 흥분제를 사용하며 탈력발작 증상에는 항우울제를 사용한다. 약물의 효과는 80% 이상으로 좋은 편이다.

모든 낮 졸림증은 원인이 있다. 밤에 자는 수면의 질과도 관련이 있고 수면의 양, 각성조절 호르몬인 하이포크레틴과도 관련이 있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낮졸림증은 전문적인 수면클리닉에서의 평가가 필요하며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 졸지 않는 정상적인 낮 생활을 할 수가 있다.

홍승철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 병원 수면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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