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14일(이하 한국시각)의 NBA 파이널 6차전은 현실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벼랑 끝 싸움인 동시에 현재의 연고도시 홈구장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다.

골든스테이트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연고도시를 현재 오클랜드에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바로 건너편에 있는 도시 샌프란시스코로 옮긴다. 1946~47시즌 필라델피아 워리어스로서 시작한 이들은 1962~63시즌부터 샌프란시스코로 연고도시를 옮긴 적이 있고 실제 1970~71시즌까지 샌프란시스코 워리어스란 명칭을 사용한 바 있다.

즉 1971~72시즌부터 반세기 가까이 사용해왔던 현재의 홈구장 오라클 아레나와 다수의 오클랜드 시민 팬들과 작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파이널 6차전은 이들에게 꽤나 심정적으로 다가오는 의미가 크다.

한편 2승3패에 몰린 현재 골든스테이트에게 패배는 곧 시리즈 패배를 의미한다. 1승3패에서 5차전 원정 경기를 정말 극적으로 승리했지만 앞으로 2연승을 더 올려야 한다. 이제껏 NBA 파이널 시리즈 역사에서 1승3패를 극복한 사례는 2015~16시즌 이들을 꺾었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단 한 번밖에 없다.

클레이 탐슨은 팀이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3패로 몰렸을 때 큰 활약을 해내며 구원자가 됐던 전공들을 가지고 있다. ⓒAFPBBNews = News1
플레이오프 전체 7전4선승제 시리즈 역사에서도 1승3패 극복 사례는 정말 적다. 지난 시즌까지 1승3패에 몰렸던 244팀들 중 단 11개 팀, 4.5% 비중만이 시리즈를 승리해봤다. 올시즌 플레이오프에는 1승3패에 몰렸던 6팀 모두 시리즈를 패배했다.

그런데 플레이오프 역사에서 그 1승3패를 극복한 몇 안 되는 팀들 중 하나가 2015~16시즌 골든스테이트다. 당시 골든스테이트는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상대로 1승3패까지 몰렸다가 3연승을 올리며 NBA 파이널에 진출했다. 그리고 당시에 나타났던 영웅이 슈팅 가드 클레이 탐슨(29)이다.

▶2015~16시즌 서부 지구결승 6차전의 영웅 탐슨

당시 시리즈 승패 순서도 현재와 같다. 골든스테이트가 1차전 패배 후 2차전 승리, 그리고 다시 2연패를 겪으며 1승3패에 몰렸다가 5차전부터 3연승을 거뒀다.

다만 현재 NBA 파이널 시리즈와 다른 점이라면 2015~16시즌 지구결승에서는 골든스테이트가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가지면서 5차전과 7차전을 홈에서 치렀다. 반면 현재는 뒤쪽의 3경기 중 6차전만 홈에서 치른다.

당시 원정에서의 6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는 경기 대부분의 시간 동안 뒤져 있었다. 이런 경기를 4쿼터 막판 뒤엎을 수 있도록 버팀목 역할을 해줬던 선수가 탐슨이다. 여기엔 NBA 플레이오프 신기록이 나온 대폭발이 따랐다.

탐슨은 그 6차전에서 본인의 플레이오프 커리어 최고 기록인 41득점을 올렸다. 전체 야투율 45.2% 가운데 2점 야투는 13회 중 3개(23.1%)만 성공시켰지만 3점 야투를 18회 중 11개(61.1%)나 성공시켰다.

3점슛 11개 성공은 NBA 플레이오프 역사에서 개인 최고 기록이다. 현재까지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두 자릿수 3점슛 성공을 남긴 선수는 당시 탐슨과 올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 5차전에서 18회 중 10개(55.6%)를 성공시켰던 대미안 릴라드 두 명 뿐이다.

당시 경기의 숫자는 묘했다. 전체 야투율은 40.9%의 골든스테이트가 42.2%의 오클라호마시티보다 낮았다. 반면 3점 야투율은 46.7%의 골든스테이트가 13.0%의 오클라호마시티를 크게 앞섰다. 2점 야투율에서 34.9%-52.2%의 큰 차이가 났을 정도로 골든스테이트가 골밑 공격에 애를 먹었지만 외곽포 싸움에서 앞섰다.

그 외곽포 싸움을 승리하게 만든 선수가 탐슨이다. 당시 탐슨은 패스를 받은 직후 던진 3점슛 15회 중 9개(60.0%) 성공, 드리블 친 후 던진 3점슛 3회 중 2개(66.7%) 성공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6차전 막판에는 이번 NBA 파이널 5차전 막판과 살짝 닮은 점이 있다. 마지막 3분의 시간 동안 당시 6차전 골든스테이트는 12득점을 올리는 동안 2실점만 내줬고, 이번 파이널 5차전에서는 9득점 올리는 동안 2실점만 내줬다.

▶2017~18시즌 지구결승 6차전에서도 탐슨의 폭발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도 골든스테이트는 다소 불리한 시리즈 스코어에 있었다. 2승2패에 있다가 5차전을 패하며 2승3패로 몰렸다. 상대방 휴스턴 로켓츠는 스타 가드 크리스 폴을 5차전 햄스트링 부상으로 잃었지만 골든스테이트도 안드레 이궈달라의 연속 결장이 나오며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당시 경기 초반 분위기도 17점차까지 앞섰던 휴스턴 쪽이었다. 1쿼터 마무리를 22-39로 마친 골든스테이트는 36.4% 야투율에 3점슛은 1개 성공에 그쳤다. 사실 탐슨도 전반전 동안 54.5% 야투율로 14득점을 올리며 팀을 이끌긴 했지만 폭발의 분위기까지는 아니었다. 3점슛은 6회 중 2개만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반면 후반전 동안 탐슨은 8회의 3점슛 중 7개를 성공시키며 21득점을 올렸다. 총 35득점을 올린 탐슨은 경기 최고 득점자이자 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탐슨의 3점슛 9개 성공은 현재 플레이오프 역사에서 공동 3위이며 당시 기준으로는 공동 2위이기도 했다. 그만큼 탐슨의 3점슛 폭발은 플레이오프에서 골든스테이트를 살린 기폭제였다.

현재 NBA 파이널 동안 탐슨은 상대방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의 앞에 자주 서는 수비 진영의 중책도 맡고 있다. ⓒAFPBBNews = News1
▶누군가의 폭발과 함께 필요한 수비

이번 NBA 파이널 6차전에서도 탐슨은 궁지에 몰린 팀을 살려낼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2차전 막판 당한 햄스트링 부상으로 3차전을 결장한 후 4차전에 바로 출전한 것을 보면 현재 탐슨의 투지는 대단하다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으로 운동선수에게 정말 중요한 부상의 위험을 안고 있기도 하다.

4차전 탐슨은 팀이 패하긴 했지만 61.1% 야투율 및 60.0% 3점슛 성공률로 28득점을 올리며 큰 활약을 했다. 그리고 5차전 3점슛 7개를 성공시키며 26득점을 올린 탐슨은 팀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마지막 3분 안에 성공시킨 2개의 3점슛은 결정적이었다.

이번 NBA 파이널 동안 탐슨은 57.1%라는 대단한 3점슛 적중률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2015~16시즌 지구결승 6차전 당시 탐슨은 그 전의 5경기 동안 총 43회의 3점슛 중 13개(30.2%)만 성공시켰다가 나온 대폭발을 가졌다. 즉 오히려 이번 NBA 파이널 6차전에서 갑자기 식어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도 일단 골든스테이트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에이스 가드 스테픈 커리와 탐슨이 같이 폭발하는 길 외에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케빈 듀란트가 아킬레스 부상으로 수술까지 받아 나오지 못하는 현재 나머지 동료들로부터는 믿음직한 득점 활약을 크게 기대하기 힘든 편이다.

그리고 동시에 필요한 것이 수비다. 앞서 언급한 탐슨의 대폭발 플레이오프 경기들에는 상대방의 공격 부진도 동시에 따라줬다.

2015~16시즌 지구결승 당시 적수로 있던 듀란트는 6차전 막판 5분 동안 3개의 야투 모두 실패하며 무득점에 그친 동시에 2턴오버도 범했다. 2017~18시즌 지구결승 6차전 때 상대 휴스턴은 3쿼터에 16득점, 4쿼터에 9득점에 그쳐 최종 86득점으로 마쳐야 했다.

토론토가 구단 역사 최초로 NBA 파이널에 올라온 팀으로서 놀라운 힘을 보여주고 있다. 원정에서 치른 3,4차전 모두 승리하며 NBA 파이널 무대의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홈에서 치른 5차전도 패하긴 했지만 골든스테이트를 밀어내기 직전까지 갔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골든스테이트 홈으로 돌아온 6차전에서 토론토가 다시 평소와 같은 실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원손실이 있는 골든스테이트로서는 버티기 힘들 수 있다.

마지막 오라클 아레나에서의 경기인 만큼 골든스테이트는 홈 관중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응원의 힘을 제대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반면 NBA 파이널 시리즈 역사에서 홈팀의 5연패는 없었는데 토론토가 이런 측면에서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들 중 하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