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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뉴멕시코주 국제 열기구 축제...가정폭력 방지를 위해 모인 요리사들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열린 앨버커키국제 열기구 축제에서 열기구들이 하늘에 떠오르고 있다.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열린 앨버커키국제 열기구 축제에서 열기구들이 하늘에 떠오르고 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매년 10월이 되면 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의 국제 열기구 축제가 열립니다. 바로 미 남서부 뉴멕시코주에서 열리는 ‘앨버커키 국제 열기구 축제(Albuquerque International Balloon Fiesta)’인데요. 약 50년 전, 단 13개의 열기구로 시작된 축제가 지금은 전 세계에서 온 수백 개의 열기구를 볼 수 있는 행사가 됐다고 합니다. 올해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는지 뉴멕시코주의 대도시, 앨버커키를 찾아가 보죠.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뉴멕시코주 국제 열기구 축제...가정폭력 방지를 위해 모인 요리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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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가을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국제 열기구 축제”

개리 미컬릭 씨가 열기구를 탄 채 동네 주민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습니다. 미컬릭 씨는 32년 경력의 열기구 조종사인데요. 앨버커키 국제 열기구 축제에 20년째 참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개리 미컬릭] “열기구가 육지에서 떠 있는 정도, 그러니까 땅과 아주 가깝게 날 수도 있고요. 상공 위로 높이 떠다닐 수도 있습니다. 열기구 조정에도 몇 가지 방식이 있어요. 사실,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주 특별한 경험이지요. 그래서 누구나 한 번만 타보면 열기구에 푹 빠지게 됩니다.”

앨버커키 국제 열기구 축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열기구 대회입니다. 올해는 미국 국내는 물론, 전 세계 17개 나라에서 온 550명의 열기구 조종사들이 축제에 참여했습니다. 또 열기구 축제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은 무려 80만 명에 달합니다.

축제는 며칠간 계속되는데요. 밤에는 열기구를 땅에 묶어둔 채 연소 장치를 가동해 빛을 발하는 일명 ‘글로우데오(Glowdeo)’, 열기구 조명 쇼가 열려 환상적인 빛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아침에는 수백 개의 열기구가 집단으로 동시에 떠서 하늘을 장식하는 ‘매스어센션(Mass Ascension)’ 행사가 열리는데요. 고양이, 펭귄 같은 동물부터, 자동차와 마차, 깡통 등 갖가지 모양 열기구들 그리고 빨강, 파랑, 노랑 등 형형색색의 열기구가 그려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룹니다.

[녹취: 질 르빈] “저는 40년째 열기구 축제를 찾고 있어요. 대학생 때 처음 온 이후 매년 오고 있는데요. 올 때 마다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집니다. 정말 최고의 야외 행사라고 생각해요.”

[녹취: 레이나 나라뇨] “뉴멕시코만의 자랑입니다. 이렇게 많은 열기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 세상 또 어디에 있겠어요?”

[녹취: 오마르] “뉴멕시코 주민들은 매년 10월만 되면 국제 열기구 대회가 열린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매년 찾는, 일종의 전통이나 다름없어요.”

[녹취: 제이콥] “살면서 이렇게 멋진 광경을 본 적이 없어요. 뉴멕시코주에 사는 사촌들이 저를 한번 데리고 가줬으면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뉴멕시코주를 방문해서 그 꿈이 이뤄졌습니다.”

행사를 방문한 사람들을 이렇게 하나 같이 수백 개의 열기구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열기구들이 하늘로 올라가기 전, 이륙을 준비하는 곳에선 사람들이 직접 열기구를 가까이 가서 보고 또 타볼 수도 있습니다. 샘 팍스 행사 진행 감독의 설명을 들어보죠.

[녹취: 샘 팍스] “축제 기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열기구를 보러 옵니다. 어제는 참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한 꼬마가 열기구 축제를 보고는, “엄마, 오늘이 태어나서 가장 멋진 날이에요!”라고 했다는 겁니다. 사람들의 이런 행사 소감을 들으면 “우리가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20년간 축제에 참여해 열기구를 띄우고 있는 개리 씨 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했는데요. 열기구 축제에 한 번 참석하는 것이 평생의 꿈인 사람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개리 미컬릭] “전 세계 열기구 조종사들이 평생의 소원으로 삼고 있는 행사가 바로 이 앨버커키 국제 열기구 축제입니다. 열기구 조종사라면 꼭 한번 축제에 와봐야 해요. 한번 오고 나면, 매년 행사를 찾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말이죠.”

육지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다시 열기구를 타고 돌아가는 조종사들. 앨버커키의 푸른 하늘은 각양각색의 열기구들이 장관을 만들어 내며 내년을 기약합니다.

10월 '가정폭력방지의 달'을 맞아 워싱턴 DC에서 유명 요리사들이 가정 폭력 인식 도모와 피해 지원을 위한 기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10월 '가정폭력방지의 달'을 맞아 워싱턴 DC에서 유명 요리사들이 가정 폭력 인식 도모와 피해 지원을 위한 기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두 번째 이야기, 가정폭력 방지를 위해 뭉친 워싱턴 DC 요리사들”

미국에서는 10월을 ‘가정폭력방지의 달’로 보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10월 한 달 동안 가정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또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미국 전역에서 열렸는데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서는 유명 요리사들이 가정폭력 방지를 위해 뭉쳤다고 합니다.

세계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 DC는 유명 도시답게 유명한 식당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요리사들이 아주 특별한 행사를 위해 자신의 요리 솜씨를 뽐냈는데요. ‘전국가정폭력방지연대(National Network to End Domestic Violence)’가 매년 진행하는 기금 모금 행사를 위해 모인 겁니다.

[녹취: 신디 사우스워스] “이 행사는 원래 여성 요리사들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가정 폭력이 사실 주방에 큰 영향을 끼치거든요. 식당의 주방에서 일하거나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여성들 가운에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있으니까요. 따라서 처음엔 여성 요리사들이 가정 폭력을 경험한, 같은 여성들을 돕기 위해 2011년에 뜻을 모았습니다. 각자의 음식을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가정 폭력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또 이들 여성을 돕기 위한 모금도 했죠. 행사가 정말 성공적으로 진행됐어요. 그러자 남성 요리사들이 자신들도 동참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남녀 구분 없이, 워싱턴DC 요리사들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행사가 됐습니다.”

전’국가정폭력방지연대’의 신디 사우스워스 씨의 설명을 들으셨는데요. 이 단체에 따르면 미국 내 가정 폭력 피해자가 1천만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76%는 여성이라고 합니다.

전국가정폭력방지연대는 이들 여성을 돕기 위해 매년 특별한 저녁 행사를 마련하는데요. 참가비 125달러를 내면 워싱턴DC 최고의 요리사들이 만든 요리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참가자들이 낸 회비는 전액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데 쓰이는데요. 피해 여성들이 보호소 등 안전한 거처를 찾는 데도 쓰인다고 합니다.

매트 베이커 씨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식당 평가 기관인 ‘미슐랭’의 맛집으로 꼽힌 ‘그라비타스’라는 식당의 요리사인데요.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가운데 하나인 ‘참치 타르타르’를 이날 선보였습니다.

[녹취: 매트 베이커] “정말 좋은 취지를 가진 훌륭한 행사라고 생각돼 동참했습니다. 가정 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일에 어떻게든 함께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저의 전문 분야인 요리로 일조하게 됐습니다.”

행사에 함께한 또 다른 요리사인 ‘돌체 비타’ 식당의 닉 퍼난도 씨 역시 가정 폭력이야말로 근절돼야 하는 사회 문제라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닉 퍼난도] “우리 식당에 젊은 직원들이 많은데요. 가정 폭력 피해자나 가해자가 없는지 늘 경계하고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과 이 문제에 관해 대화하곤 합니다.”

‘엘’ 식당의 요리사 제시카 클리블랜드 씨는 직접 가정 폭력을 목격한 여성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리사라는 직업을 통해 힘겨운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제시카 클리블랜드] “저의 요리는 다 가정에서 영감을 얻은 겁니다. 저의 어머니와 할머니 모두 요리를 정말 잘 하셨거든요. 두 분을 통해 저도 요리사라는 꿈을 꾸게 됐어요. 저는 오늘 행사를 위해 사과를 넣은 튀김 빵의 일종인 ‘사과파이 에그롤’을 만들어 봤는데요. 저희 할머니의 요리 비법을 그대로 따라 한 거에요.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사람이 바로 저희 할머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시카 씨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 시간이야말로 행복한 가정의 필수라고 했습니다. 웃음과 맛있는 음식이 넘치는 저녁 식사 자리에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는 겁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도 모든 가정에서 이런 행복한 시간이 마련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워싱턴DC 최고의 요리사들이 마련한 식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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